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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개선이 필요한 신종전염병 대응 시스템

by 김경현 2011. 4. 4.

2009년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는 발생 초기 심각한 우려와는 달리 큰 피해를 입히지 않고 지나갔다. 나라마다 충분한 양의 타미플루와 백신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해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결국 많은 양의 백신이 쓸모 없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수백억원어치가 폐기되었다.

각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WHO의 대응이 부적절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WHO의 신종플루 관련 자문위원들을 외부 압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이유로 수개월간 비밀에 부쳐져 뭔가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으며 자문위원 중 일부는 백신업계에 관련된 과학자들도 포함되었던 것으로 드러나 제약회사의 배를 불리기 위한 쇼가 아니냐는 음모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신종플루 위기가 끝난 지금 24개국의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성되어 WHO의 대응을 검토한 보고서의 초안이 발표되었다. 보고서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백신접종계획 등 WHO의 대응이 결과적으로 지나친 면이 있던 것으로 판명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부정도 개입되지는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2009
년 봄 멕시고시티에 신종플루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병원성이 강한 것처럼 보였고 여름이 지날때까지는 신종플루의 병원성이 계절성 독감에 비해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종플루 발생 초기 동물실험에서 신종플루가 계절성에 비해 높은 독성을 일으켰다는 논문 Science지에 발표되는 등 과학자들과 보건당국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위원회는 6개 단계로 구분된 대유행(pandemic) 단계가 불필요하게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유행 단계는 질병의 강도와는 상관없이 지리적으로 얼마나 퍼졌는가에 따라서만 구분되기 때문에 가장 높은 6단계를 차지한 이번 신종플루에 대한 대응이 과잉이 될 수밖에 없던 측면도 있다.

보고서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문제점들과 다양한 언어를 가진 국가들에게 정보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되지 못했던 점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와 병원성과의 관계에 대해서 아직 아는 점이 얼마 없다는 한계점과 60년이나 된 낡은 백신 제조 기술, 긴 시간이 소요되는 진단 기술 등 WHO가 극복하기 어려운 기술상의 난점들을 인정했다.

1940
년 이후 인간에게서 발견된 신종감염병은 30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신종플루나 사스 등에서 보였던 것처럼 현재의 글로벌 사회에서는 신종전염병의 창궐이 순식간에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인류가 앞으로 닥쳐올 신종감염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위험을 파악하고 차단할 수 있는 대응 시스템도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